09: Dinner with Joe
Published on March 5, 2026 by acorn_field
Dinner with Joe
"Who's Joe?" [조가 누구에요?]
매버릭이 부탁한 가와사키 매뉴얼을 찾기 위해 캐비넷 문을 연 루스터가 돌연 물었다. 조? 루스터가 묻는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 들고 있던 소켓을 내려놓고 캐비넷으로 다가가, 루스터가 가리키는 달력의 한 구석을 본다.
Dinner with Joe 조와 저녁 약속
탑건으로 돌아가며 취소했던 저녁 약속. 그러고 보니 작전이 끝난 후 달력을 넘길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바쁘게 지낸 지난 며칠을 잠시 생각한다. 연락을 해봐야겠네. 뒷주머니에 박혀있던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검색하며 대답한다.
"He's a... movie director" [조는... 영화 감독이야]
"... and you had a dinner planned with a movie director?" [... 영화 감독이랑 저녁 약속을 잡으셨었어요?]
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문자를 작성하는 매버릭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뭐 하는 사람인지가 궁금한 게 아닌데. 고개를 틀어 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으려는 루스터를 알아채고 퍼뜩 올려다보자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다. 짧게 안부를 확인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크흠, 하며 괜히 목덜미를 만지며 목을 푸는 루스터를 올려다본 매버릭이 히죽 웃는다.
"It takes some effort to be on a movie, kid." [영화에 출연하려면 노력을 해야되거든, 키드]
매버릭의 대답에 그를 돌아보는 루스터의 눈썹이 올라간다. 영화에 출연?
"Good 'ol movie industry." [오랜 영화계 전통이지]
살짝 열린 주먹을 벌린 입 앞으로 왕복한다. 장단에 맞춰 혀로 볼 안쪽을 꾹꾹 눌러주기까지. 야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매버릭을 보고, 그의 행동을 한 박자 늦게 이해한다. 씨발 뭐지? 충격에 휩싸여 입이 벌어진 지도 모른 채 매버릭을 응시한다. 장난이지? 빌어먹게 장난기 섞인 눈매를 응시한다.
"... You are joking, right?" [.. 지금 장난치는거죠?]
상기된 채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 루스터가 묻자 결국 매버릭이 상체까지 숙이며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직도 아이네, 이런 장난도 통하고. 큰 덩치에 멀뚱히 서 있는 루스터의 날갯죽지를 팡팡 치며 삐져나온 눈물을 닦는다. 후우, 숨을 고르며 등을 쭉 펴고 선다.
"Yes, kid, Bradley. That was a joke. You don't need to worry about your old man using his body to be on a movie. But I do need to see him before the end of the year. Adult issues." [그래, 키드, 브래드리. 장난 좀 쳐봤어. 나이든 이 아저씨가 영화에 나오겠다고 몸을 쓰는건 걱정 안해도 돼. 근데 이번년도가 끝나기 전에 만나긴 해야되. 어른들이 할 얘기가 있거든]
윙크와 함께 손등으로 루스터의 팔을 툭 치고는 캐비넷 안에서 가와사키 매뉴얼을 찾아 꺼내 들고, 반쯤 해체된 바이크 앞으로 돌아간다. 36살 먹은 군인한테, 어른들끼리 할 얘기라니?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저런 식으로 어물쩍 대답 안 해주고 넘어가는 것을 보니, 물어봐도 쉽게는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다. 끈질기게 물어보며 아이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 당장은 넘어가기로란다. 루스터, 이것 좀 잡고 있어 줄래? 어느새 바이크 앞에서 매뉴얼을 바닥에 펴 놓고선 반쯤 분리된 바이크 파츠를 잡고 끙끙대는 매버릭을 돕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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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뒤, 새로 넘긴 11월 달력에 Dinner with Joe가 올라간다. 오는 일요일이다. 머릿속에 본인의 일정을 추가한다. 매버릭 따라가기.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요, 매브. 엿 같은 어른의 문제가 뭔지 알려주지 않으면, 알아내면 되지. 괜한 오기가 생긴 루스터가 나름대로 치밀하게 짠 계획을 실행으로 옮긴다.
일요일, 매버릭보다 선수를 쳐서 일이 있다며 정오가 되기 직전에 격납고를 나선다. 근처 도시의 차량 임대 점에서 그의 브롱코보다 조금 덜 튈법한, 검은색의 전기 중형차를 하루 동안 대여한다. 옷도, 뭐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둑한 셔츠와 청바지로 한 벌 맞춰 산다. 검은색의 야구모자까지 눌러쓰니, 거울 속에 서 있는 남자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 정도면 매버릭도 못 알아보겠지. 그보다 한 수 앞서간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루스터를 도와 창고에서 그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가지들을 가져다주던 점원이 거울에 비친 그의 미소를 보고 잠시 움찔하더니 계산 도와드릴게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계산대로 향한다.
두어시간만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격납고로 돌아간다. 조용한 전기차를 격납고 입구 반대편 북쪽, 지는 해가 만든 길게 늘어진 그림자에 숨긴 채 가와사키의 출발을 기다린다. 저녁해가 걸릴 즈음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사라지는 가와사키가 가는 방향을 짐작하여, 잠시 후 뭉치로 지나가던 차들 사이에 전기차를 숨긴 채 샌디에이고로 향한다.
어느정도 거리에 차들과 인파, 건물이 늘어서자 조금 더 가까이 그의 바이크를 따라간다. 다운타운 중심부로 이동한 가와사키가 근처에서 나름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앞 오토바이 전용 길가 주차 자리에 멈춘 후 긴 다리를 휙 둘러 매버릭이 땅을 밟는다. 그 옆에 이미 주차돼있던 고급 승용차에서 길쭉한 형체의, 3 피스 수트를 차려입고 브리프 케이스를 들고 있는 사내가 내려 매버릭을 반긴다. 루스터의 심기에 거슬릴 정도로 붙어서 이야기를 하던 둘은 건물 입구 앞 근사하게 장식된 야외 좌석으로 바로 안내된다. 조금 뒤 주차 자리에 멈춘 루스터도 차에서 내려 건너편의 스타벅스로 들어가 간단하게 커피 한잔을-그냥 아이스 커피요, 네, 큰 거로, 그란데? 네 그걸로, 아뇨 없어요, 네 이걸로, 루스- 브래들리요- 주문하고 자신의 이름(RoosBradley)이 쓰인 커피를 금세 받아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매버릭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그의 뒤통수와 상대의 얼굴이 보인다. 파티오에 앉은 둘은 어느새 맥주 한잔씩을 들고 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이지가 않는 예의 그 영화감독과 이야기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매버릭을 보니 왠지 울화가 치민다. 그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으니 으레 사람인 그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웃음을 나눠줬을 것인데, 그런 일 하나에도 속이 쓰리다. 매버릭이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것은 질색을 해도, 어린 본인에게만 보여줄 거라 믿었던 큰 웃음이 헤픈 것을 신경 쓰는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애꿎은 빨대만 질겅인다. 그란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갈증 나는 속을 달래느라 커피는 이미 사라지고, 얼음들 사이를 빨대로 퍼슥 박아대다 녹아 바닥에 남는 차가운 물방울들을 화풀이 하듯 빨아들인다.
영화 감독이 자신의 브리프 케이스를 열더니, 무언가의 책자를 건넨다. 직업 특수에 감사하게 빠른 동체시력으로, 책자의 앞에 그려진 신형의 경비행기를 찰나에 알아본다. 책자를 받자 눈에 띄게 신나 하는 매버릭의 상기된 채 올라간 귓바퀴를 눈에 담는다. 문득, 한눈에 봐도 번쩍이게 새것 같던, 매버릭이 아끼는 머스탱을 기억한다. 손이 많이 가는 게, 애인이 따로 없어. 기체를 퉁퉁치며 그마저도 즐겁다는 듯 웃는 매버릭을 기억했다. 설마... 비행기를 선물로 받은 건가? 우연히 알게 된,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한 미남이자 전설적인 파일럿에게 비행기를 선물로 무언가 대가를 바라는 음험한 낯짝을 상상한다. Fuck. 그저 상상일 뿐인데 속이 비틀리는 느낌에 테이크아웃 커피 용기를 움켜쥐고 퍽 하고 열린 뚜껑을 열어 얼음 몇 개를 입에 넣고 와삭이며 씹는다. 그 와중에도 책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매버릭의 둥근 뒤통수를 시선에서 놓치지 않는다.
잠시후 그들이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별 다를 바 없이 대화를 나누며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매버릭의 빵그란 볼을, 가끔 대화에 응대하며 웃을 때 마다 작게 움직이는 귓바퀴를 응시한다.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와서 매버릭을 스토킹하고 있는지 잊은 채, 잠시간 그저 음식을 먹는 매버릭의 턱과 볼록이는 볼을 빤히 쳐다본다. 식사가 끝나자, 무어라 이야기하더니 웨이터를 불러 잠시 이야기를 한다. 빈 접시가 치워지고, 이내 작은 접시에 케이크 한조각 처럼 보이는 디저트가 매버릭의 앞에 놓인다. 웨이터가 물러가기가 무섭게 매버릭이 포크로 크게 뜬 케이크를 입안으로 집어넣고 우물거린다. 얼마 전 루스터가 사 온 케이크를 먹으며 짓던 행복한 표정을 기억해낸다. 매버릭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을 사내가 밉게도 부럽다. 이미 얼음도 다 사라진, 구겨질 대로 구겨진 플라스틱의 커피 용기를 몇 번 더 찌그러트리며 위협적인 소리를 만든다. 근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인파는 어느새 매장의 다른 편으로 멀찍이 물러나 번뜩이는 눈으로 밖을 바라보는 루스터가 만드는 소리에 아무도 주의를 주지 않는다. 케익이 매버릭의 입속으로 몇번의 포크질 만에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산서가 나오자, 사내는 빠른 손놀림으로 카드를 꺼내 웨이터에게 건넨다.
계산을 마친 후,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며 각자 자신들의 애마로 돌아가고, 먼저 출발한 세단을 따라 가와사키도 따라간다. 루스터도 자리에서 일어나 플라스틱 커피 용기였던 크고 작은 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빠른 걸음으로 주차된 곳으로 향한다. 감사하게도 적당히 바쁜 다운타운의 거리에 섞여 들키지 않고 그들을 쫓아간다.
불길한 예감은 어째서 틀리지 않는 걸까. 몇 블록 앞 오성 호텔 앞 발렛파킹용 주차 자리에 세단이 멈추고, 매버릭은 그보다 조금 더 뒤, 길가 주차 자리에 가와사키를 멈춘후 훌쩍 내린다. 루스터도 긴장해 식은 손으로 렌터카를 그보다 조금 더 뒤에 세우고 천천히 차에서 내리며 둘의 분위기를 살핀다. 세단에서 내린 남자가 대기하던 발렛파킹 요원에게 차 열쇠를 친절하게 건네준 후, 금세 가까이 다가온 매버릭과 무어라 이야기를 하며 으리으리한 정문을 향해 같이 걷는다. 사내를 올려다보며 올라가는 입꼬리가 보인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루스터의 몸이 먼저 움직인다.
"Maverick. Don't" [매버릭, 하지 마요]
긴 걸음으로 금세 둘을 쫓은 루스터가 방심하고 있던 매버릭의 팔을 잡아 제 쪽으로 당기며 힘이 들어간 잇새로 으르렁대듯 내뱉었다. 화들짝 놀란 매버릭이 자신을 잡은 손목을 꺾으려는 순간, 루스터와 눈이 마주친다.
"What the.. Rooster? How... What are you doing here? Don't what?" [아니 무슨... 루스터? 어떻.. 여기서 뭐하는거야? 뭘 하지마?]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옷을 입은 루스터에 당황한 매버릭의 시선이 방황한다. 이내 캡 아래로 화난 듯 번뜩이는 루스터의 눈매를 알아보고서는 루스터의 손목을 잡은 손에서 힘을 뺀다.
"Hey, son, why don't you let go of..." [이봐 젊은이, 우선 손부터 놓고...]
"Fuck. Off." [닥치고 있어]
영화 감독이 루스터를 매버릭에게서 떼어놓으려 대화를 시도하다, 사나운 루스터의 기운에 양손을 들고 다시 뒤로 물러난다. 주위의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다. 루스터의 시선이 여전히 당황해 흔들리는 매버릭의 녹안에 내리꽂힌다. 무슨 말인지 알 텐데, 모른다는 듯 올려다보는 매버릭의 놀란 둥근 눈과 살짝 벌어진 잇새에 루스터가 턱에 힘을 준다.
"Rooster. What's up with your clothing?" [루스터, 너 옷이 그게 뭐야?]
"Let's go home" [집에 가요]
매버릭의 물음을 무시한 채 그를 거의 끌다시피 자동차로 걸음을 향한다. 참다못한 매버릭이 루스터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 그의 손에서 벗어난다. 잡혀있던 팔을 매만지며,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루스터에게 화난 눈썹을 한껏 모은 채 되묻는다.
"ROOSTER! What are you doing here? Answer me!" [루스터! 여기서 뭐하는거야? 묻는 말에 대답해!]
뭐라고 해야 하나. 제가 비행기 사드릴 테니, 저놈이랑 섹스하지 마세요? 외려 어이없다는 눈으로 매버릭에게 다가가 그의 달아오른 얼굴을 내려다본다. 정말로 어이없게도, 그의 쏘아보는 화난 눈을 내려다 보다가 왜 자신이 이렇게나 뱃속에서부터 화가 올라오는지 알아차린다.
루스터가 여기 있는 이유. 매버릭이 원하지 않을 루스터 본인의 대답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의 어깨를 잡고, 잠시 다시 내려다보다, 방심하고 있던 매버릭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놀라 얼어붙은 매버릭을 당겨 끌어온 후, 그의 허리를 감고 뺨을 지나 목덜미를 감싸 덮는다. 매버릭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처리가 안되는 머리로 읍, 어, 루스터, 몇 마디를 맞붙은 두 입술 사이로 끄집어낸다. 루스터는 술렁거리는 주위 인파는 신경쓰지 않은 채, 사막에서 물을 찾은 사람처럼 매버릭의 입술을 몇 번 더 핥고 빨아댄다.
그들의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영화감독이, 쭈뼛거리며 다가오자 루스터가 입맞춤을 떼지 않은 채 매버릭을 더 끌어 안고 그를 노려본다. 사내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다.
"... Hey, Maverick, I'll just send you the docs over the email tomorrow." [... 어, 매버릭, 서류들은 그냥 내일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짧게 말을 마친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호텔 입구로 들어가 사라진다. 서류?? 사내의 말에 당황해 힘이 빠진 루스터의 가슴을 매버릭이 이내 퍽 쳐서 밀어낸다.
"Documents?" [서류요?]
"Tax documents, for the Mustang I'm maintaining for the film production company Joe works for." [세금 관련 서류, 조가 일하는 영화 제작사 대신 내가 관리하고 있는 머스탱 관련된거]
멍청한 얼굴로 매버릭을 내려다보는 루스터에게,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자켓 소매로 번들거리는 입주변을 닦으며 매버릭이 쏘아붙였다.
아.
세금 서류.
어른의 문제,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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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중간중간 쉴때 힘내려고 짧게 개그..도전해봣습니다
지금 3시 45분인데요? 살려주십사
퇴고는 낼 해보겟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