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 Space (2)
Published on March 4, 2026 by acorn_field
[The Gorge] Levi x [Oblivion] Jack :: 텟이 침공하지 않은 세계의 잭이 협곡에 가지 않은 리바이와 만나는 이야기
텔톰 필모 크오
[The Gorge] Levi x [Oblivion] Jack
— 좋은 저녁이에요, 리바이. 모닥불 멋있네요. 오버.
“잭! 좋은 저녁이에요. 장작이 많이 생겨서 저녁으로 먹을 소시지도 요리할 겸 불을 피웠어요. 이렇게 하면… 보이십니까? 아버지랑 오두막에 올 때면 가끔 이렇게 끼니를 때우고는 했거든요. 오버.”
— 잘 보여요. 하하. 맛있어 보이네요. 동풍이 강해서 그런지 여기까지 냄새는 안 닿는 게 아쉬워요. 저도 슬슬 저녁을 먹어야겠어요. 오버.
“저녁은 뭘 드실 겁니까? 오버.”
— 오늘 낮에 식료품이 다 떨어져서 식사 대용 파우더를 먹으려고요. 오버.
“물에 타 먹는 파우더 음식 말입니까? 그런 걸로 속이 찹니까? 오버.”
— 음, 먹으면 배는 불러요. 자주 먹어서 익숙하기도 하고. 오버.
“낚시나 사냥은 안 하십니까? 오버.”
— 제 성격에 낚시는 안 맞더라고요. 사냥은, 음… 파우더 음식에 필요한 영양소는 다 있으니까, 특별히 고기가 먹고 싶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뭐, 리바이가 흔드는 소시지를 보기 전까지 그랬다는 이야기에요. 하하. 그쪽은 여길 오면 사냥을 자주 하나요? 오버.
"-크흡, 죄송, 잠깐…”
“흠, 미안합니다. 크흠. 네. 원래는 아버지와 사냥하러 오는 곳이었거든요. 총을 잡는 방법도, 10살 즘인가, 여기 와서 아버지께 처음 배웠습니다. 잭, 혹시 그… 곧 집에 돌아가실 예정인가요? 오버”
— 원래는 이번 주까지만 머무를 예정이긴 했는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생겼으니까 조금 더 머무를 것 같아요. 주말에는 마을에 내려가서 밀린 연락도 좀 하고, 음식이랑 생필품을 좀 사 와야겠네요. 아버지는 이번에 바쁘셨나 봐요? 오버.
“아버지는……”
— … 리바이? 거기 있어요? 오버.
“저 여기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잠깐 생각하느라.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여기 혼자 온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까 낮에는 경황이 없어서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만, 저도 잭이 이 호수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버.”
— 아버지 일은 미안해요, 리바이. 이 호수가 아름답긴 하지만, 혼자 있으면 외롭긴 하죠. 편히 쉬고 계실 아버지를 위해 한잔할래요? 오버.
“그건… 그래 주신다면 제가 제가 감사하죠, 잭. 건배 할 만한 걸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오버.”
— 저는 진을 한잔 준비했어요. 그쪽은요? 오버.
“저는 보드카 준비했습니다. 제임스 리바이를 위하여. 오버.”
— 제임스 리바이를 위하여. 오버.
“…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잭. 당신 같은 사람이 왜 이런 외진 곳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버.”
— 오래 전부터 꿈이었거든요. 외진 호숫가 오두막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조용하게 사는 거. 이혼을 하고 나서는, 음, 사람들한테 지칠 때 가끔 와요. 대답이 됐나요? 오버.
“이야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잭. 너무 사적인 질문이었다면 미안합니다. 혹시나 제가 불편한 말을 한다면 알려주십쇼. 오버.“
— 걱정 말아요. 사실 이런 얘기는 잘 안 하게 되던데, 리바이한테는 편하게 말하게 되네요. 하하.
호수의 밤은 언제나처럼 도시보다 일찍 찾아왔다.
침실 창문가에 선 리바이는 조그마한 오렌지빛 전등이 호수 건너편 오두막 내부를 밝히는걸 응시하며 무전기를 몇번이나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묻고 싶은 것들도, 나누고 싶은 말들도 한가득하였으나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늘이 새까맣게 물든지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을 굳게 먹은 그가 무전기를 집어 든 채 뒷문을 나선 순간, 호수 건너편 오두막 내부를 밝히던 전등이 자취를 감췄다.
잭은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 했으니, 어쩌면 다행일지도…
열이 올라 간질거리는 목덜미를 문지른 리바이는 허탈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오두막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하루 전까지 아무런 불만 없이 잠을 청했던 어둡고 차가운 잠자리는 익숙해졌다 생각한 외로움을 불러일으켜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악몽을 피하게 위해 들이킨 정량의 보드카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그의 식도를 긁어대 잠을 청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노동에도 불구하고 이른 잠을 포기하고 침대에서 몸을 끌어올린 리바이는 탁상 위에 올려져 있던 노트를 들고 오두막을 나섰다.
맨발로 호숫가로 향하는 그의 발아래로 물가를 장식한 자갈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길을 내어주었다. 반딧불이 무리가 반짝이는 평화로운 호숫가는 다양한 벌레 소리로 북적였다.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채운 광활한 은하수가 잔잔한 호수 위에 반사되어, 마치 우주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무한한 공간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잭의 보금자리는 어두운 한밤중에도 리바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바이는 그제야 평생 가라앉지 않을 것 같던 머릿속 잡음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 걸 알아차렸다.
망원경 너머로 마주했던 부드러운 미소와 무전기 너머로 자신을 부르던 미성의 목소리를 떠올리자 낯간지러운 열기가 그의 뺨을 간질였다. 힘 빠진 웃음을 흘린 리바이는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잭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방향을 응시했다.
잠결에 그에게 총구를 겨눈 이방인에게조차 다정한, 능력 있고 매력적인 사람. 그런 잭에게 어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잭이 자신과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조그마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홀로 남았다 생각했던 어두운 세상에서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리바이의 심장 가득 소년의 순수함을 닮은 은은한 행복감이 차올라 반짝였다.
호숫가의 밤을 가득 채운 별빛과 반딧불은 시 구절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 리바이의 노트를 은은하게 밝혔다.
“Commander Jack, right? The living legend from the Titan mission?” (잭 사령관님 맞으시죠? 타이탄 작전을 다녀오신, 살아있는 전설?)
수렵 감시원들이 산사자의 사체를 들것에 싣는 사이 사건 경위 진술을 받기 위해 리바이의 오두막을 먼저 방문했던 존스 경감은 잭의 진술을 받았던 다른 감시원과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다가와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다.
“You’ve got me, Captain. Nice to meet you. And please, call me Jack.” (그게 접니다, 경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편하게 잭이라고 불러주세요.)
“Alright, Jack. It’s such an honor to meet you. Now, don’t worry about the mountain lion since both statements are consistent.” (알겠습니다, 잭.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산사자 관련해서는 두 분의 진술이 일치하니 걱정하실 필요 없을겁니다.)
“Thank you, sir.” (감사합니다, 선생님.)
“And, uh, if you don’t mind…” (그리고, 그, 혹시 괜찮으시다면…)
헛기침을 몇 번 뱉어내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감시원들을 눈짓한 경감은 반걸음 더 가깝게 붙어 서면서 안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내 들었다.
“Can I get your autograph for my daughter, Katie? She is a huge fan of deep space exploration—her room is covered with the pictures of Titan and the scale models of Odyssey.”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딸 케이티에게 줄 사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걔가 심우주 탐사에 완전 푹 빠져 있거든요. 타이탄 사진이나 오디세이 호 모형들로 방이 가득하답니다.)
“It would be my pleasure. I was incredibly fortunate to participate in such a groundbreaking scientific endeavor for humanity.” (물론이죠. 인류를 위한 과학적 노력에 참여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경감의 노트와 펜을 받아서 든 잭은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사인과 함께 우주로 나아갈 인류의 미래를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적었다.
“No one else could’ve done it better than you, Jack. You are a true American hero.” (다른 누구도 당신보다는 못했을 겁니다, 잭. 당신은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에요.)
“No, Captain, please. People like you who save lives every day are the real heroes. Thank you for your service, and thank you for taking care of the lion.” (아닙니다, 경감님. 매일 목숨을 구하는 당신 같은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죠.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그리고 산사자 관련 일을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on’t mention it. It’s my honor.” (천만에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잭의 사인이 담긴 노트를 받아서 든 경감은 이전보다도 한층 밝아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어깨에서 지직 거리는 잡음과 함께 헬기가 곧 도착할 거라는 무전이 도착했다. 무전을 받았노라 대답한 그는 호수 건너편을 흘깃 보고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
“And the mister on the other side, Levi Kane, he was extremely lucky that you weren’t hurt and his shot killed the lion immediately. He had no idea who you were. I gave him a warning never to even point a gun across the lake again.”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남자 말이죠, 리바이 케인. 당신도 안 다치고 한방으로 산사자를 사살한건 정말 천운이 따로 없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 있더군요. 다시는 이쪽으로 총을 겨누지도 말라고 당부해놨습니다.)
경감의 말에 순간 솟아오른 날 선 감정에 대외적인 미소를 짓고 있던 잭의 말끔한 얼굴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Wait, but he…” (잠깐만요,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러나 잭이 말을 꺼내는 동시에 희미한 헬기 소리가 조용하던 호숫가에 빠르게 가까워지자 경감은 남쪽 하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감사원들은 재빠르게 맹수의 사체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그를 향한 경감의 시선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나왔다.
“If he ever bothers you or causes any problem, let us know. We’ll dispatch an available unit immediately.” (저 사람이 귀찮게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곧장 알려주세요. 가능한 병력을 바로 출동시킬테니까.)
경감과 대화를 끝낸 후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힘 없이 앉아 있던 리바이가 자신의 방향으로는 일절 시선도 보내지 않은 채 오두막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린 이유가…
순간적인 깨달음과 함께, 잠시나마 호수에서 지내며 잊고 있던 이질적인 불쾌감이 잭의 뱃속을 뒤틀었다.
“I appreciate the offer, Captain, but—”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경관님, 그런—)
이내 산등성이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헬기가 우렁찬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잭의 목소리를 뒤덮었다. 프로펠러에서 쏟아지는 강풍은 호숫가의 좁은 평지를 가득 채우며 잔디와 나무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잭의 공간을 침범한 이방인들이 자리를 뜰 시간이었다.
존스 경감이 자리를 뜬 이후부터 침대에 틀어박힌 리바이는 조금씩 어두워지는 천장만 노려보고 있었다.
잭 하퍼 사령관.
수년 전 인류 최초 유인 심우주 탐사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생환한, 전 세계가 사랑하는 NASA 수석 우주비행사.
아쉽게도 작전과 관계가 없는 세상 물정이나 가십거리를 그다지 접할 일이 없는 리바이가 세기의 영웅이라 칭해지는 잭 사령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그런 휘황찬란한 수식어들이 전부였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호수 반대편을 차지한 인물이 그저 돈 많고 재수 없는 인간일 거라 일축한 과거의 자신은 반 무의식적으로 이곳의 우위를 점하고 있노라 경고하겠답시고 뒷문 바로 옆에 스코프까지 장착한 소총까지 세워놓지 않았던가?
— 잭 하퍼 사령관님이 마음씨가 좋으신걸 감사하게 생각하게나. 혹여나 저분을 귀찮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사람을 보낼 테니 그리 알아두게.
그가 존재하는 방향으로 감히 총구를 향했다는 사실에 자신의 멱살이라도 잡을 듯 미간을 구긴 경감이 낮은 목소리로 뱉어낸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리바이는 그가 미국 시골구석의 경감 치고 무른 구석이 있다 생각했다. 자신이 그의 입장이었다면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주먹을 먼저 날리고 당장 이곳에서 꺼지라고 협박이라도 했을 텐데. 심해지는 트라우마 때문에 언제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다, 기다리는 사람조차 하나 없는 외로운 인생에 마지막 자비를 내려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스멀스멀 목구멍을 타고 오른 기억 속의 피비린내가 리바이의 내장을 비틀었다. 약점을 파고든 트라우마는 자신이 조준한 완벽한 한발에 맞아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잭과 검붉은 핏덩이들로 엉망이 된 그의 아름다운 오두막에 선 자신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차라리…
어느새 제자리를 찾은 머릿속 잡음들은 어두워진 그의 방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를 갈며 굳게 감은 눈꺼풀을 강하게 짓누르자 익숙한 두통이 관자놀이를 쿵쿵 두드렸다. 잠시나마 이 악마 같은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잭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문득 무전기 너머 매력적인 목소리로 장난을 치던 잭의 활기찬 웃음소리를 떠올리자 심장이 쿡쿡 아려왔다. 외진 호숫가를 인연으로 만난 자신에게만 보였으리라 생각한 그의 모습도 결국은 유명인인 그가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에 불과하겠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지식의 빛을 전하는 잭 사령관에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생명의 빛을 가져가는 망가진 인간 따위가 그리 특별하지는 않을 테니까.
자신과 잭 사이에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나, 어쩐지 모든 게 자신의 곁을 떠난 것 같은 외로움과 무력감만이 침대의 한기를 타고 리바이의 몸을 기어올랐다. 당장 전날 밤만 하더라도 그저 그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자신도 그에게만은 특별하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잭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만들었던 작고 보잘 것 없는 희망은 자기혐오로 가득한 독이 되어 리바이의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을 자신의 마음을 제멋대로 먼저 내어주고 상처받는 일이야 리바이에게는 흔했으나, 어느 때보다도 깊게 그의 심장을 파고든 못난 욕망이 날을 세우자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이 따라왔다.
생각을 쏟아내면 마음이 조금은 풀리려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은 리바이는 어느새 물기가 돌아 축축해진 눈가를 쓸어내리고 노트를 집어 들었다.
In the darkest
of the night,
가장 어두운 밤,
Moonlight
never felt
so bright,
so warm
달빛이
이리 밝고
이리 따뜻한 적은
없었는데.
Let me bask
in your quiet blessing,
just a little longer,
당신의 조용한 축복 속에
조금만 더 머무를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오.
where the darkness
of my shadow
can’t reach me
내 그림자의
어두움이
닿지 못하게.
전날 밤 자신이 한 글자씩 조심스럽게 적어 내린, 제 주제도 모르는 단어들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제는 의미를 잃은 글자들 위로 줄을 긋기 위해 볼펜을 들어 올린 순간, 잠잠하던 무전기가 잡음을 내며 고요하던 오두막의 침묵을 깨트렸다.
— … You there, Levi? Is everything alright? Over. (거기 있어요, 리바이? 괜찮아요? 오버.)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튕겨 일어난 리바이는 재빠르게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Hey, Jack! Nothing to worry on this side of the lake. So, uh…” (잭! 이쪽은 걱정 하실 일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
잭이 무전을 끝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밝은 목소리는 이내 목구멍을 타고 오른 상념에 먹혀들었다. 무전 송신 버튼을 끄고 깊은 한숨을 뱉어낸 리바이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 자신의 무전을 이었다.
“I’m sorry I didn’t recognize you before, Commander Jack. I’m not the sharpest tool in the shed, if it wasn’t too obvious from what I used to do for a living. Haha. Over.” (못 알아봐서 미안합니다, 잭 사령관님. 이전 직업도 그렇고, 제가 그리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 오버.)
침울한 마음을 가리려 애써 마른 웃음을 뱉어낸 리바이는 창문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망원경을 들었다. 무전기를 든 채 부두 끝에 앉아 반짝이는 호수를 응시하고 있는 잭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 The mountain lion wouldn’t agree with you on that. And me neither. (그 산사자는 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을걸요. 저도 그렇고요.)
잭은 생각에 빠진 듯 무전을 넘기지 않은 채 잠시 침묵을 지켰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처럼, 리바이는 숨을 죽인 채 그저 살아있는 그림 같은 잭의 모습을 응시했다.
자신의 무전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호수에 반사된 햇빛 때문인지, 그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수렵 감시원들이 방문할 때 그가 단정하게 입고 있던 새하얀 셔츠는 어느새 단추가 모두 풀린 채 호수 바람에 잔잔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열린 셔츠깃 사이로 드러난 잭의 몸은 건강하게 그을려 보기 좋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 … Levi. (리바이.)
“-shit, fuck. Yes? Oh…” (-젠장! 네? 아…)
무전과 함께 고개를 든 잭의 시선이 리바이의 오두막으로 향하자, 마치 그가 망원경 너머로 그를 염탐하고 있던 자신과 눈을 마주친 것 같았다. 당황해 재빠르게 망원경을 내려 놓은 그는 반사적으로 대답을 뱉어냈으나, 여전히 잡음을 흘리는 무전이 여전히 잭에게 연결된 걸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 Are you upset that I didn't tell you who I really am? Did it change how you see me? Is that why you are stuck in your cabin all day? Over. (제가 누군지 미리 알려주지 않아서 화났나요? 그게 당신이 날 어떻게 보는지 바꿨어요? 혹시 그래서 하루 종일 오두막에만 있었던 거에요? 오버.)
“What? No! Not at all. I mean, a little bit, maybe? You know, an astronaut…” (뭐라구요? 아뇨! 전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조금 정도는, 아마도? 그러니까, 우주비행사 이시니까…)
잭이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다는 불안한 예감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그에게 무전을 보냈어야 했나? 혹시 뭔가 말을 잘못했나?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싶은데, 또 뭔가 말을 잘못 꺼내면 어떡하지?
차라리 게릴라군에게 둘러싸인 안전 가옥에서 탈출하는 일이 쉬울 터였다. 축축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닦은 그는 오두막을 서성이며 떠오르는 말들을 아무렇게나 뱉어냈다.
“You are extremely talented and competent, not that I didn't notice before. You know, the drone you built, and being able to pilot helicopters. And, and you… You are also thoughtful and genuinely caring. I knew you were special and attracti—I mean, and, uh, a very special person. Haha… You know, uh, you know what I mean, right? … Over.” (굉장히 재능있고 유능하시지 않습니까. 그걸 모르고 있던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드론도 직접 만드시고, 헬기도 조종하고. 그리고, 그, 생각도 깊으시고 다정하시고. 당신은 특별하고 매력저—제 말은, 그러니까,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하하… 그러니까, 어,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아시죠? … 오버.)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문장 사이에 제멋대로 튀어나온 진심에 흥분한 심장이 목구멍을 넘어올 듯 제멋대로 펄떡였다. 젠장, 젠장… 무전 버튼을 놓은 그는 머리카락을 쥐고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귓바퀴까지 부끄러운 열기가 오른 게 느껴졌다. 존스 경감이 문짝을 뜯어내고 쳐들어오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 하나. 그가 제대로 된 변명을 떠올리기도 전, 무전기 너머로 잭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I’m just Jack across the lake, Levi. If I’m special to you, that’s all that matters to me. Because you are special to me as well. Over. (저는 그냥 호수 반대편에 사는 잭일 뿐이에요, 리바이. 내가 당신에게 특별하다면 그걸로 됐어요. 당신도 저한테는 특별하니까 말이에요. 오버.)
하루종일 자조적인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던 게 우스울 정도로 잭의 다정한 한마디는 리바이의 온몸에 뜨거운 열기를 퍼뜨렸다. 목 끝까지 차오른 묵직한 감정에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한심하게 떨리기 시작한 목소리를 몇번이나 가다듬고 나서야 리바이는 무전 송신 버튼을 눌렀다.
“That… means a lot to me. Thank you, Jack. Over.” (지금 해주신 말… 저한테는 정말 뜻이 깊습니다. 감사합니다, 잭. 오버.)
— Come out and enjoy the view. The twilight is beautiful right now. (나와서 풍경을 즐겨요. 지금 황혼이 아름다워요.)
떨리는 손으로 뒷문을 열고 오두막을 나서자 호수에서 불어온 다정한 동풍이 리바이의 상기된 뺨을 쓰다듬었다. 하늘과 호수를 가득 채운 붉은 빛의 황혼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 중앙에서 자신을 향해 팔을 휘적이며 인사하는, 자신에게만 허락된 잭의 모습에 자연스레 피어난 미소가 리바이의 열 오른 뺨을 밀어 올렸다.
— So? What do you think? Over.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요?)
무전 너머로도 한가득 느껴지는 그의 웃음소리에 리바이도 결국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You are right, Jack. It is a breathtaking view, indeed.” (당신 말대로네요, 잭. 숨 막히게 아름다워요. 정말로.)
엄청나게 슬로우번이 될것같은 리바이잭 🤗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기쁩니다!
10월 말에 있을 룻맵 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동안은 룻맵 회지를 준비하느라 업데이트가 뜸할 것 같아요 😭 능력이 닿는 만큼 열심히 룻맵 텔톰크오 낋여오겠습니다 꾸벅...❤️ 오늘도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