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ype단편루스매브룻맵🐔🐺18382848

08: Revolver

Published on March 5, 2026 by acorn_field

Revolver - 1535/2545 루스매브 : 브래들리 사격 알려주는 매버릭... 그리고 10년 후


1999.6.27

2시 16분.

 

매버릭은 아직 가와사키의 앞바퀴도 안보이고, 속절없이 하루가 빠르게도 느리게도 흘러간다. 안절부절못해봐야 달라질 게 없는걸 알고 있지만, 브래들리는 딱히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

( Mav, are you comi| ) [매브, 오는 중| ]

문자라도 보내볼까, 하다가도 분명히 가와사키를 몰고 있을 테니 답장도 못 해줄 것을 알고 있다. 반쯤 쓴 문자 메시지를 여섯 번째로 지운다. 만에 하나 -진짜로 만에 하나- 그가 답장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것을 브래들리는 알고 있다. 다시 크게 호흡을 하고 침착하려 애쓴다. 소파에 앉아서 자신도 모르게 120bpm 4/8 드럼 박자에 맞춰 떨던 다리를 잡아서 의식적으로 멈춘다. 머리로는 시간의 흐름을 잊으려 노력하지만 긴장한 몸은 제멋대로 스톱워치를 돌린다. 시계는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2시 17분.

생각하자마자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제길. 차라리 지하실에서 드럼이라도 한껏 쳐볼까 싶지만, 그러다 1초라도 빨리 그를 마중하며 껴안을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때 희미하게 낮은 기어로 감속하는 바이크의 엔진 소리가 들린다. 브래들리는 기억이 시작되는 어느 시점부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화려하게 스티커를 붙인 빨갛고 검은 가와사키의 으르렁거리는 다운시프팅 소리를 기가 막히게 구별해냈다. 집에서 한 블록 남쪽에 있는 정지 사인에 멈추는 것이리라. 흥분된 발걸음으로 문밖을 나서자 집 앞에 정차하는 가와사키와 그 위에 앉은 사내를 발견한다.

"Mav! You are la-" [매브! 늦었-]

반가워 달려 나가는 브래들리의 가슴팍으로 날아오는 둥근 물체를, 방심한 사이에도 안전하게 잡아냈다. 바이크 헬멧. 의아한 얼굴로 어정쩡하게 서서 몇 걸음 앞, 느긋하게 바이크를 타고 있는 매버릭을 본다.

"Hey, Bradley, you got even bigger." [안녕, 브래들리, 너 더 컸구나]

콧잔등을 따라 애비에이터를 내린 매버릭이 길쭉하게 미소 지으며 선글라스 너머로 브래들리를 올려다본다. 이번에 다녀온 긴 파병으로 피부가 약간은 짙어진 얼굴이다. 한 손으로 바이크 헬멧을 들고, 여전히 바이크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매버릭을 세게 끌어안는다. 폐를 가득 채우는, 특유의 비누향이 섞인 매버릭의 냄새가 기분이 좋다.

"Welcome back, Mav" [돌아온걸 환영해요, 매브]

"Missed you, kid. Sorry for being late. There were some road closures." [보고싶었어, 꼬마야. 늦어서 미안해. 길을 막아놨더라구]

"No worries. Just glad you could make it today" [걱정 마세요. 오늘 와주실 수 있어서 기뻐요]

꽉 찬 포옹 위로 등을 두들기는 반가움의 손길을 주고받는다.

"Hop on!" [뒤에 타!]

턱짓으로 가와사키의 뒷좌석을 가리킨다. 브래들리는 재빠르게 집안으로 돌아가며 "Wait, 1 sec!" [잠깐만요!] 외친다. 지갑과 집 열쇠를 현관문 옆에서 찾아 집어 들고 빠르게 현관문을 잠갔다. 신난 걸음으로 달려 나와 매버릭의 뒤에 자리 잡는다. 매버릭은 자신의 뒤에서 헬멧을 눌러쓰고 턱끈을 잠그는 브래들리를 어깨너머로 보며 미소 짓는다.

"Where are we going?" [저희 어디 가는거에요?]

"You'll find out soon." [금방 알게될거야]

다시 크게 미소 지은 매버릭이 살짝 허리를 틀어 브래들리의 헬멧 턱 부분을 잡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살짝 흔들어본다. 흔들리는 얼굴로, 매브는 쓰지도 않으면서, 중얼거리자 하하 웃으며 헬멧을 퉁 친다.

"Hold on tight!"

킥스텐드를 올리며 외치자 브래들리가 가죽 재킷 아래로 매버릭의 허리께를 붙잡았다. 단단한 근육들이 등부터 배까지, 이제는 거의 한 손에 들어온다. 허리가 이렇게나 가늘었나 생각하며 잡은 손에 힘을 줘본다. 운전을 위해 상체를 한껏 숙인 매버릭을 따라 상체를 숙인다. 이내 빠르게 가속하는 바이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집중한다.

 

 

"Where are we?" [여기가 어디에요?]

카와사키가 멈춘 건물에는 Shoot Blank Shooting Range라고 쓰인 간판이 붙어있다.

"A Shooting range, have you been to one before?" [사격장. 와본 적 있니?]

"No, not yet." [아뇨, 아직이요]

아버지와 사격장에 다녀왔노라 점심시간 내내 으스대던 야구부의 누군가가 살풋 기억난다. 비슷한 추억을 가진 부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것 또한 기억해냈다.

"You'll have fun." [재밌을거야]

입꼬리를 올린 매버릭이 브래들리가 바이크에서 내리고 헬멧을 벗을 때 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브래들리의 헬멧을 건네받은 후 긴 다리를 둘러 가와사키에서 내려오며 헬멧을 바이크에 대충 걸어두고 건물 안으로 앞장선다.

 

 

"Good afternoon, we'd like to get a lane for about an hour" [안녕하세요, 한시간 정도 사격을 하고싶은데요]

"Sure thing, sir. What are we shooting today?" [물론이죠, 선생님. 어떤 총을 쓰실건가요?]

"Just a revolver for today." [오늘은 리볼버만 사용하려구요]

사격장 주인의 물음에 매버릭이 재킷의 주머니에서 가죽 홀스터와 그 안에 자리한 리볼버를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매버릭이 총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브래들리는 놀란 눈으로 매버릭의 옆얼굴을 응시한다. 이내 그가 조종사이기 전에 군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주인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 실린더를 확인한 후 제자리에 놓는다.

"A Python? Great revolver, no doubt. You can use the middle lane on the pistol range. It's pretty much empty today so feel free to stay as long as you need. I'll just need your ID and signatures on the waver from both of you. You need anything else?" [파이썬이네요? 좋은 리볼버죠. 피스톨 사격장의 가운데 자리를 드릴게요. 오늘은 한가하니 필요하신 만큼 계셔도 됩니다. 신분증 주시고, 여기에 두분 다 사인해주시면 됩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A pair of eye and ear pros, two boxes of 38 special and... 5 targets, please" [보호 안경과 청력 보호대 두개씩, 38 스페셜 두 박스, 그리고... 표적용지 5장 부탁드립니다]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처음 들어와 보는 사격장 겸 총기상점을 신기하게 둘러보는 브래들리의 순한 눈매를 응시한다. 어느새 같은 눈높이로, 지난번 봤을 때 보다 반뼘은 큰 것 같다. 계속 크긴 해도 아직 아이 같네, 미소가 퍼진다. 걸치고 있는 야구점퍼 위로 날갯죽지를 살짝 만져주자 퍼뜩 놀라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브래들리의 뺨이 살짝 상기된 걸 알아차린다.

"Bradley, could you go grab 5 of the target sheets from over there?" [브래들리, 저기에서 표적용지 다섯장만 가져다줄래?]

리볼버와 피스톨이 길게 전시된 유리 전시장 겸 카운터의 끝에 차곡히 쌓여있는 표적 용지들을 가리키자 브래들리가 끄덕 하고는 긴 걸음으로 다가가 용지들을 지분거린다.

"First time showing your boy how to shoot?" [아드님한테 처음 사격을 알려주시나봐요?]

계산을 하던 사격장의 주인이 흐뭇하게 브래들리를 바라보는 매버릭에 물었다. 상기된 매버릭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간다.

"Something like that" [비슷합니다]

사격장 주인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올라가며, 제 양아들 놈들도 여기서 처음 쐈노라 이야기를 한다. 신분증을 건넨 후 계산을 하는 동안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계산을 위해 신용카드를 꺼내자 철컹 소리를 내는 구식 금전 계산대에 올라온 금액이 예상한 금액의 반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Your range fee is on me today. Thank you for your service, sir" [오늘 사격장료는 제가 내겠습니다. 나라를 지켜주시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매버릭의 해군 신분증을 사격장 차트에 올려놓은 사격장 주인이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악수를 청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친절한 군인의 얼굴을 한 매버릭이 그의 손을 굳게 잡으며 답했다. 그 사이 표적 용지를 들고 옆에 선 브래들리가 그 모습을 보고 새삼 제 눈높이에 오는 매버릭의 어른으로서 높이를 실감한다. 악수를 마친 매버릭이 주인과 잠시 이야기를 하며 신용카드를 건넨다. 계산이 완료되었다는 기계음에 매버릭에게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건넨 주인이 브래들리를 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All set. Have fun, kid" [계산은 다 돼셨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렴, 꼬마야]

 

 

 

주인의 말대로 피스톨 사격장에는 매버릭과 브래들리뿐이었다. 청력 보호용 귀마개를 한 두사람은 약간 목소리를 높여서 대화를 해야 했으나 다른 사람이 없는 빈 사격장이라 크게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매버릭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리볼버와 탄약상자를 그들의 자리 앞에 놓인 책상에 올려놓고 표적 용지를 표적용 레일에 매달아 10피트 정도 거리에 배치한다. 가죽 재킷을 벗는 매버릭을 따라 브래들리도 빠르게 야구점퍼를 벗고서는 매버릭의 재킷을 받아서 든다. 고마워, 브래들리. 웃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벽에 설치된 옷걸이에 그들의 외투를 걸어놓는다.

"Alright, kid. Are you ready?" [좋아, 꼬마야. 준비됐니?]

"Yup, yes. I'm ready" [넵, 네. 준비 됐어요]

기대와 긴장이 반쯤 섞인 얼굴에 청력 보호용 귀마개와 보호안경을 한 브래들리의 눌린 볼이 귀엽다. 벌써 이렇게 컸네, 감회가 새롭다. 자신의 높이까지 오는 어깨를 살짝 잡았다가 놔준다.

"Let me show you first, then you'll have your turn. Sounds good?" [먼저 보여줄게, 그 다음에 네 차례야. 알겠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매버릭도 끄덕, 그의 대답을 확인하고 실린더를 돌려 꺼내서 리볼버를 장전한다. 6발 탄약을 넣고 실린더를 닫는다. 어깨의 긴장을 풀고 사격 전, 브래들리를 다시 확인한다. 긴장된 얼굴로 매버릭을 숨죽여 관찰하고 있다. 숨을 들이쉬며 자세를 잡는다. 조준을 한 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숨을 뱉어낸 후, 방아쇠를 당긴다. 여섯번의 격발음이 빠르게, 같은 간격을 두고 사격장을 울린다. 귀마개를 하고도 생각했던 것 보다 큰 소리와 몸에 닿는 각각의 파열음에 브래들리가 조금씩 움찔한다. 총성과 반동에도 매버릭의 자세는 내내 한결같다. 탄약을 모두 소비한 리볼버의 총구를 내리고 다시 호흡을 재개한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금세 공간을 채운다.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브래들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실린더를 열고 탄피 추출 기둥을 밀어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탄피들을 책상 위로 꺼내 표적 용지가 있는 방향으로 쓸어 낸다. 탄피들이 짤랑거리며 시멘트 바닥을 때렸다. 실린더가 열린 리볼버를 책상에 올려놓은 후 표적용 레일 조작패널을 만지니 표적 용지가 책상 앞으로 돌아온다. 표적의 정 중앙에 총알 두세개쯤 되는 넓이의 구멍 하나만 뚫려있는 것을 보아 모두 중앙으로 명중했을 것이다.

"Holy shit, Mav." [개쩌네요, 매브]

"Language, Bradley." [입조심 해야지, 브래들리]

나무라는 말과는 달리 하하 웃는 매버릭의 볼이 살짝 달아오른다. 감탄하며 입이 떡 벌어진 브래들리의 팔을 손 등으로 가볍게 퉁 쳐준다. 군인이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건가, 브래들리 머릿속의 배울 것 목록에 사격 연습이 추가된다.

매버릭이 이내 총기 안전 수칙을 강조하며 알려준다. 총기는 항상 장전된 상태인 것처럼 다룰 것. 총구는 항상 안전한 방향으로 둘 것. 쏘지 않을 방향으로 절대 총구를 겨누지 않을 것. 격발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 방아쇠를 만지지 않을 것. 표적과 표적 너머를 확실히 확인할 것. 브래들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곧이어 총기와 각 부분에 대한 설명, 리볼버 장전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 간단한 내용들이라 브래들리는 금세 이해한다. 매버릭이 표적 용지를 새것으로 갈아 끼운 후 다시 10피트 정도 거리에 위치 시킨다. 매버릭의 지시에 따라 표적을 정면으로 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탄약 6발을 각 실린더 자리에 꿰맞춘다. 실린더를 둘러 탈칵, 소리가 나게 닫는다. 새삼스럽게도 매버릭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며 처음 해보는 일을 그와 같이 한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올라온다. 미소 지으며 드러난 브래들리의 이빨을 본 매버릭도 미소 지으며 그의 부들부들한 뒤통수를 쓸어주고 목덜미를 살짝 잡아준다. 더 일찍 알려줄 걸 그랬나, 반년 전에 본 브래들리를 생각한다. 역시, 그때는 너무 어렸을지도.

브래들리가 방금 본 매버릭의 자세를 엇비슷하게 따라 하며 자세를 취하고 표적 용지를 바라본다. 매버릭이 했던 것처럼 총구를 향해 쭉 펴진 오른 검지손가락을 손가락을 툭 쳐준 매버릭이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인다. 이내 매버릭이 어딘가 어정쩡한 브래들리의 자세를 고쳐준다. 다리는 어깨너비로, 왼발은 타깃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다리를 그의 말대로 움직인다. 엉덩이는 뒤로 살짝 빼고, 매버릭의 손이 올라간 청바지 벨트 위 허리 부분이 간질하다. 무릎을 굽히며 엉덩이를 살짝 빼자 굽어진 허리로 매버릭의 손이 올라간다. 허리는 펴고, 등을 따라 간질한 느낌에 소름이 목뒤까지 오르더니 얼굴이 뜨거워 지는 느낌이다. 마른 입술을 핥고 침을 삼킨다. 어깨 내리고 힘은 빼, 손이 어깨 위로 올라온다. 반동에 움직이지 않게 오른팔은 앞으로 밀듯이 쭉 펴고, 매버릭의 오른손이 리볼버를 잡고 있는 브래들리의 손목 아래에서 자세를 잡아주고 그의 말대로 쭉 펴진 오른팔의 팔꿈치까지 쓸어준다. 브래들리는 표적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왼팔은 당기듯이 살짝 아래로 굽혀봐. 왼팔의 팔꿈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매버릭이 가까이 붙자 그의 단단한 근육들과 온기가 오른쪽 옆구리를 따라 느껴진다. 여전히 나풀대는 화약 냄새 사이로 매버릭의 비누향이 느껴진다. 매버릭은 이내 자세가 갖춰진 브래들리의 오른쪽 뒤로 자리를 옮긴다. 오른쪽 어깨 위의 손이 따뜻하다.

"Now, align the rear and front sights on the target," [이제 뒷가늠쇠와 앞가늠쇠를 표적 위로 한 줄로 맞추고,]

가늠쇠 두 개를 응시하며 총구를 미세하게 움직여 행을 맞추고, 표적 용지의 가운데 적힌 X자의 중간에 행을 맞춘 가늠쇠를 위치시킨다.

"focus on the front sight, not the target" [표적이 아니라, 앞가늠쇠에 집중해]

그의 말을 따라 브래들리의 초점이 표적에서 앞 가늠쇠로 향한다.

"Exhale while slowly pulling the trigger"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봐]

숨을 내쉬며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리볼버의 해머가 같은 속도로 뒤로 당겨진다. 생각보다 손가락에 힘이 더 많이 필요한-

 

탕!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에 집중하는 사이 리볼버가 격발했다. 그와 동시에 뒤로 밀려나는 오른쪽 어깨 위의 매버릭의 손이 반동을 같이 느낀다. 생각보다 세게 차내는 리볼버의 반동에 손바닥이 얼얼하다. 순간의 충격이 지나간 후 총구를 아래로 내리면서 표적 용지를 확인한다.

"It's a Bullseye...!" [명중이에요...!]

"Outstanding, Bradley!" [대단한걸, 브래들리!]

활짝 웃는 매버릭이 여전히 약간 멍한 상태인 브래들리의 목덜미를 잡고 긴장한 복부를 팡팡 다정하게 쳐준다. 브래들리를 향하는 시선에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이 한가득 묻어나온다. 브래들리도 그를 따라 붉어진 뺨으로 히죽 웃는다. 반달처럼 휘어진 눈꼬리가 역시 제일 잘 어울린다. 처음 쏴보는 리볼버나 표적보다도 기뻐하는 그의 표정이 브래들리의 기분을 날아갈 듯 행복하게 만든다. 뱃속이 뜨끈하다.

"You must be born with it. Goose was never a good shot, so it must be from Carole" [타고났나보네. 구스가 명사수는 아니었으니, 캐롤에게서 받은걸꺼야]

말을 이으면서도 한껏 올라가 있던 매버릭의 입꼬리가 이내 살짝 줄어든다. 자신을 보는 시선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브래들리는 놓치지 않았다. 가끔 그러듯 그의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떠도는 것이리라. 마른 입술을 핥은 브래들리가 말없이 시선을 표적으로 다시 돌리고 총구를 올리며 그의 집중을 돌린다.

"Right, let's try another shot." [그래, 한 발 더 쏴보자]

퍼뜩 생각에서 벗어난 매버릭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브래들리의 뒤로 위치한다. 이번에는 다른 말이 없이 날갯죽지 위에 손을 놓는다.

브래들리는 심호흡을 하고 자세를 다잡고 표적을 조준한 후 앞 가늠쇠를 응시한다. 숨을 뱉으며 방아쇠를 당긴다. 이쯤이었나, 머릿속으로 이전 격발에서의 반동이 떠오른다. 조금 더 당겼었나, 손 끝이 움찔하는 찰나

 

탕!

 

리볼버가 격발했다. 여전히 손바닥은 반동으로 얼얼하다. 바로 전에의 명중이 무색하게 오른쪽 위로, 7점대에 걸려있다. 총구를 내리고 머쓱해져 왼손을 리볼버에서 떼 목덜미를 살짝 긁는다. 어깻죽지에 올라간 매버릭의 손이 다정하게 등을 문질러준다.

"Did you realize you were expecting a recoil while pulling the trigger?" [방아쇠를 당기면서 반동을 예상한거 눈치챘니?]

손길처럼 다정한 매버릭의 눈을 마주한 브래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It might be hard, but you can't let your body react to your thoughts." [어려울수도 있을텐데, 네 몸이 생각에 반응하도록 두면 안돼]

"How do you do that?" [어떻게 그렇게 해요?]

"Focus on the sight and the feeling of the trigger, and don't think" [가늠쇠랑 방아쇠의 느낌에 집중하고, 생각하지 말아봐]

역시 잘 모르겠다. 브래들리가 갸웃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는다. 머리를 비우려 노력해본다. 브래들리의 왼쪽 어깻죽지에 한 손을 올린 매버릭이 조금 더 가까이 몸을 붙인다. 집중하며 보고 있는 앞 가늠쇠로 매버릭의 손가락이 닿을 듯 가깝다. Focus, 나직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귀마개 너머로 들린다. 문득 가까워진 매버릭의 온기를 의식하자, 조금 강해진 심장 소리가 귀마개 안쪽으로 시끄럽다. 방아쇠에 아직 닿지 않은 채 쭉 뻗어 실린더 옆에 붙어있는 브래들리의 검지에, 앞 가늠쇠 근처에서 내려온 매버릭의 손가락이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간다. Get ready, 목뒤로 느껴지는 목소리와 숨결에 괜히 속이 뜨겁다. 매버릭의 손이 이내 시선 구석으로 내려간다. 앞 가늠쇠가 움직이지 않게 집중한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내 내쉬면서 검지를 방아쇠에 올리고 격발을 준비한다.

"Pull."

목 뒤를 간지럽히며 강타하는 매버릭의 발음에 순간적으로 비어있던 머릿속이 목덜미부터 뜨거워진다. 귀마개에 갇힌 귓바퀴가 뜨겁다. 리볼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이전보다 빠르게 방아쇠가 당겨진다.

 

탕!

 

방금 전보다는 가깝지만, 중앙에서 오른쪽 아래에 8점대 끝에 총알구멍이 났다. 제길. 실망한 브래들리의 턱에 힘이 들어간다. 브래들리, 낮게 부르는 매버릭에게 시선을 돌린다. 위로하는 다정한 미소를 띈 매버릭이 브래들리의 미간을 엄지로 펴준다. 자신도 모르게 모으고 있던 눈썹을 풀자 몸에 긴장도 덩달아 풀린다.

"Don't worry, Bradley. I know you'll get a hang of it soon. You are good for a first time shooter." [걱정마, 브래들리. 곧 이해할거 알아. 처음 치고는 꽤 잘쏘는걸?]

"... Thanks, Mav." [... 고마워요, 매브]

위로는 고맙지만 역시 자랑스러워 기쁜 얼굴이, 예쁘게 웃는 눈이 보고 싶다. 괜히 시선을 마주하기 머쓱해 손안의 리볼버를 엄지손가락으로 지분대며 인제야 양옆으로 돌려 살펴본다. 오묘하게 푸른빛이 감돌며 검게 번쩍이는 금속 프레임에 약간 닳은 나무로 된 손잡이에서 리볼버의 나이가 느껴진다.

"Is this yours?" [이거 매브꺼에요?]

"That... was my fathers." [그건... 우리 아버지꺼였어]

매버릭의 시선이 리볼버로 향한다. 웃으려 노력하며 이야기했으나 생각하는 듯 모인 미간이 그가 오래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을 말해준다. 매버릭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브래들리는 숨을 죽인다. 매버릭이 리볼버를 쥐고 있는 브래들리의 모인 손을 아래에서 잡고 살짝 돌려본다. 한때는 매버릭의 손에 꽉 차게 들어가던 작은 브래들리의 손이, 어느새 리볼버에 딱 맞게 커졌다.

부모님의 개인용품들이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먼지를 먹고 있던 창고의 열쇠를 건네받은 것은 매버릭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직후였다. 한동안 방과 후와 주말을, 좁은 창고를 뒤적이며 얼마 되지 않는 부모님과의 추억을 기억하며 보냈다. 구석에 다른 책들과 비슷한 크기의 상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빛바랜 나무무늬 상자, 그 안에 들어있던 리볼버를 잡아본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자신에게 리볼버를 건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었다. 상념에 잠시 잠겨있던 매버릭이 번뜩 자신을 말없이 응시하는 브래들리를 인식하고 얼굴을 풀어 미소를 지었다.

"Colt Python. Mine, now, yes." [콜트 파이썬. 지금은, 그래, 내꺼야]

조금 슬픈 미소가 매버릭의 얼굴에 잠시 감돌았다. 여전히 리볼버를 쥐고 있는 브래들리의 손을 잠시 엄지로 쓸어본다. 간지러운 느낌에 닿은 피부가 달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I want you to have it from now on." [이제 네가 가져줬으면 해]

조용히 듣고 있던 브래들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리볼버를 쥔 손이, 매버릭이 닿은 피부가 뜨겁다.

"But, Mav, this sounds important to you" [하지만, 매브한테 중요한거잖아요?]

"Not as important as you are, Bradley" [너만큼 중요하지는 않지, 브래들리]

브래들리의 손을 여전히 조금씩 지분거리며 상기된 그의 시선을,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마주한다. 

"When I'm not around, you need to protect Carole and yourself. You understand?" [내가 없을땐, 네가 캐롤과 너 자신을 지켜야해. 이해하니?]

"Yes, I understand" [네, 이해해요]

매버릭을 따라 진지한 얼굴을 한 브래들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복슬복슬한 금색 머리 한 가닥이 이마 앞에 흔들린다. 여전히 아이이지만, 믿음직하다. 뒷머리를 한 번 쓸어주며 입꼬리를 올린다.

"I trust you to keep this safe for me. Can you do that?" [네가 나를 대신해서 이걸 안전하게 보관할거라 믿을게. 그래줄 수 있지?]

"Yes, I can do that. Thanks, Mav." [네, 할수 있어요. 고마워요 매브.]

매버릭의 얼굴에 크게 미소가 걸린다.

"Happy birthday, ...

... Bradley. )

2009.6.27

졸업일정과 재입대를 최대한 빨리 맞추기 위해 서류 뭉치를 발급받고, 프린트하고, 사인하고, 반년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게 벌써 지난달이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대로 해군 조종사로 재입대를 했으니, 일정에 맞춰 훈련 과정을 하나씩 수료하면 된다. 빠르면 3년 안에 조종사로 임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교직 입대 관련 훈련 일정을 마치고 다음 정식 훈련이 시작될 때까지 남은, 오랜만에 느긋한 일주일이다. 

아픈 기억들만 몰려와 되도록 피하고 싶었던 예전 집을 청소할 겸, 몇 년 만에 도착한 게 오늘 아침이었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몸을 움직이며 청소하고 필요한 수리를 마치고 나니, 그저 소파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 밀려들어 오는 예전 기억이 이렇게나 속이 쓰릴 줄이야. 혹시나 해 위스키 한 병이라도 사서 들고 온 게 다행이었다. 위스키 병이 비어갈수록, 쓰린 속이 뜨끈하게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더 마시고, 부유하듯 잠에 빠지면 그만이었다. 계획했던 대로, 내일 일어나 낮 비행기를 타고 임시 관사로 돌아가면 끝이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문으로 집안을 훑고가는 기분 좋은 초여름 밤의 바람에 집중한다. 이미 밖은 어둑해졌으나, 집안을 점등해 괜한 기억을 다시 들쑤시고 싶지 않았다. 가로등 빛에 어둑하게 보이는 사물들 만으로도 충분했다. 

부재한 동안 자신의 방 서랍에 고이 모셔놓았던 리볼버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린다. 그땐 몰랐다. 친구처럼,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매버릭이 뒤에서 제 꿈을 짓밟고, 그에 분노해 꺼지라는 한마디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는 얼굴도 안보일 줄은. 며칠을, 나가지도 않고 그가 돌아와 무어라 설명이라도 해주기를 기다렸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실린더를 열어 빈 체임버를 확인하고 손목 스냅으로 리볼버를 살짝 돌려 실린더를 닫는다. 소파 반대편 빈 벽난로를 표적삼아 조준을 하고 빠르게 여섯번, 방아쇠를 당긴다. 결국은 그런 것이었다, 사고로 죽은 친구의 가족들을 돌봐주고 속죄받는 것.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큰 친구의 아들이 자신을 따라와 악몽을 상기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 다시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리볼버를 던지듯 커피 테이블 위로 밀어놓고 위스키를 조금 더 비운다. 

이러나저러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을 좀먹는 불안감을 떨친다. 위스키를 부어가며 잊고 싶었던 인물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는. 시간을 확인한다. 12:02 AM. 야속하게 바쁜 일정에 제 생일을 잊어버릴 줄이야. 계획에 없던 일이다. 기껏 진정시켜놓은 불안감이 빨라진 심박을 타고 온몸으로 불쾌하게 퍼진다. 제 나이를 실감한다. 25살. 불운한 아버지는 도달하지 못한 나이. 피트 미첼은 이 나이에 벌써 임관을 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탑건을 졸업했다. 인제야 겨우 장교직으로 재입대를 한 본인을 비교한다. 보란 듯이 최고의 조종사가 되어 증명해 보이겠노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던 그의 말을 면전에서 반박해주마 다짐했으나, 잃어버린 4년의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자 억지로 의식 밑으로 밀어놓은 피트 미첼의 기억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증오해 마지않는 그 사람을, 자신을 배신하고 인생에서 사라져버린 그 사람을, 어째선지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분노라기에는, 본적도 오래된 그의 얼굴과 목소리와 온기가 너무나 달콤해서 갈증이 나는 본인의 몸이 원망스럽다. 불안감에 퍼덕이던 심장이, 오랜만에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을 향해 온몸으로 더운 기운을 뿜어낸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아오르는 몸에 혐오감을 느낀다. Fuck, 나직하게 욕을 다문 턱 너머로 내뱉으며 마른세수를 한다. 가로등 불빛에 어둑하게 빛나는 리볼버가 눈에 들어온다. 총기 안전 수칙을 알려주던 매버릭의 진지한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쏘지 않을 방향으로 절대 총구를 겨누지 않을 것.

리볼버를 집어 들고 실린더를 열어 빈 체임버를 다시 확인하고 둘러 닫는다. 손안에서 차갑고 무거운 금속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의 생각을 읽은 몸이 아드레날린을 핏속으로 뿜어내며 다시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 심장이 퍼덕인다. 손이 살짝 떨린다. 눈을 감고 천천히,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본다. 짜릿하게 차가운 금속의 기운이 손끝까지 퍼지며 저릿하게 만든다.

격발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 방아쇠를 만지지 않을 것. 

실린더 옆으로 뻗어있던 검지를 천천히 방아쇠 앞으로 내린다. 손끝으로 방아쇠의 굽은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다 사격 위치로 놓는다.

표적과 표적 너머를 확실히 확인할 것.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불안감과, 그 너머에 숨어있는 욕망을 의식 위로 꺼낸다. 감은 눈 너머로 자신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매버릭의 아름다운 눈매가 문득 떠오른다. 머릿속이 원치 않는 생각으로 가득 차 목뒤가 갑갑하게 숨이 막힌다. Pull, 나직하게 말하던 매버릭의 목소리가 목덜미를 간질이는 기억에 소름이 돋는다. 느릿하게 방아쇠를 당기면서-

 

"BRADLEY!" [브래들리!!]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술로 멍한 머리가 열심히 이해하려 노력한다. 리볼버가 무겁게 나무 바닥을 치고 거실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다 이내 멈춘다. 한 대 맞은, 리볼버를 쥐고 있던 손이 얼얼하다. 소파 위로 자빠진 자신의 몸 위로, 숨을 몰아쉬는 누군가 올라타 있다. 가로등 빛을 등지고 앉은 인물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내 브래들리는 잊고 싶었던 특유의 비누향을 알아차린다. 

"Maverick?" [매버릭?]

"What the fuck were you doing" [너 씨발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누운 브래들리의 멱살을 잡은 매버릭이 가쁜 숨 사이로 분노로 가득 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Why do you care, Pete Mitchell." [당신이 상관할 이유가 있나, 피트 미첼]

히죽 웃으며, 어두워 보이지 않는 시선을 마주한다. 얼굴이 안 보여서 다행이다. 

"Did you want to play the father-son game again?" [아버지-아들 놀이라도 다시 하고싶었어?]

"Bradley, you-" [브래들리, 너-]

"Too bad. The game is over. Why don't you just leave me alone and fuck off. You are good at that" [안됐지만, 게임은 끝났어. 나 좀 내버려두고 꺼지지 그래. 그거 잘하잖아.]

짧게 탄식하듯 날숨을 뱉는 매버릭의 손에 힘이 빠지자 브래들리가 거칠게 쳐낸다.

"Why are you even here, Mitchell"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야, 미첼]

"... I heard you reenlisted, Bradley. Thought I could talk to you here" [... 네가 재입대 했다는 소식 들었어, 브래들리. 여기 오면 너와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Talk about what, how you can fuck my career up even more?" [무슨 이야기, 내 앞길을 어떻게 더 엿먹일지에 대해서?]

"Bradley, that's not..." [브래들리, 그런게 아니...]

매버릭이 머뭇머뭇한다. 브래들리의 허리 위에서 긴장하던 근육들이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You aren't ready, kid" [넌 준비가 안됐어, 꼬마야]

술기운으로 애써 침착하게 대응하던 브래들리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방심한 매버릭의 멱살을 잡고 소파 위로 넘어뜨리며 자세를 역전한다. 가로등 빛에 보이는 슬퍼 보이는 얼굴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다. 헉, 브래들리, 놀라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려는 몸을 무게로 누른다. 매버릭이 올라타 있던 그대로 뒤로 넘어가서, 허리가 반쯤 접힌 자세로 그의 다리들이 브래들리의 허리 양옆에서 버둥댄다.

"Am I the one not ready? Why don't you face it and fucking tell me that you aren't ready to be reminded of your fucking mistake every time you see me" [내가 준비가 안됐다고? 날 볼때마다 당신의 좆같은 실수를 떠올릴 준비가 안됐다는걸 인정하고 털어놓지 그래?]

명중인가. 정곡을 찔려서, 본심을 들켜서 당황했으리라, 생각하며 턱에 힘을 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한다. 매버릭의 얼굴이 일순간 밀려든 고통과 슬픔, 죄책감 등에 일그러지는 것을 구석구석 뜯어본다. 피트 미첼이 이런 얼굴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을 것이다. 볼품없는 희열이 뱃속을 간질인다. 

"That's not true" [그런게 아니야]

"Say whatever you want. I don't give a shit." [마음대로 지껄여, 신경 안써]

고개를 천천히 숙이자 초여름의 바깥 공기에 섞인 그의 비누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You were never a father to me, Pete Mitchell," [피트 미첼. 당신이 나한테 아버지였던적, 한 번도 없으니까,]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깝다. 다른 이유로 가빠진 두 사람이 숨이 섞인다. 흔들리는 매버릭의 눈에 슬픔이 차오른다.

"So stop trying" [그만 포기해]

살짝 벌어진 잇새로 브래들리의 혀가 비집고 들어가 뜨겁게 축축한 입안을 헤집는다. 놀란 매버릭이 브래들리를 밀치려고 노력하면서 다리를 버둥거린다. 멱살을 잡고 있는 주먹에 더 무게를 실어 그의 폐를 압박한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섞이는 숨 사이로 밭은 숨을 내쉬는 매버릭의 눈에 눈물이 고이다 이내 얼굴 옆으로 흐른다. 욕망 섞인 시선으로 꿰뚫을 듯, 공포와 당혹감이 섞인 젖은 눈을 응시한다. 온종일 먹은 것 없이 위스키만 담근 혀가 달콤한 입안을 휘젓고 쓸어내자 작은 신음들이 얕은 날숨에 섞인다. 비음 섞인 신음에 아랫도리로 피가 모인다. 혀를 무르면서 말랑한 아랫입술을 입에 담고 깨물자 닫힌 잇새로 윽, 고통의 신음도 터진다. 

상체를 세워 엉망진창이 된 피트 미첼의 잘난 얼굴을 내려다본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커피 테이블 위의 반쯤 남은 위스키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털어 넣는다.

"I'll be back in an hour. You'd better be gone by then" [한 시간 뒤에 돌아왔을땐 사라져 있는게 좋을거야]

비운 술잔을 바닥에 내던지자 큰 파열음을 내며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And take your fucking revolver with you. I don't want it." [갈때 좆같은 리볼버도 가져가. 가지고 있기 싫으니까]

우득, 조각들을 밟으며 소파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는 피트 미첼을 지나 집 밖으로 향한다. 

집 밖에 주차된, 본 적 없는 검은색 가와사키를 눈에 담는다. 그래서 몰랐구나, 그가 왔다는 거. 곱씹으며 목적지 없이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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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결말입니다.. 과연 맵은 도망갔을까요 아님 남아서 먹혔을까요... 정답은 여러분을 마음속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스매브... 킷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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